30대 중반인 강모 씨는 요즘 심기가 편치 않다. 올해가 600년만에 돌아오는 황금돼지띠 해라며 주변에서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이기 때문이다. 결혼 5년차인 강 씨는 아직 아기가 없다. 처음 1~2년은 일도 해야 하고 신혼 재미도 있어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아기를 가져야겠다고 결심한 후에도 소식이 없자 2년 전 불임클리닉 문을 두드렸다.
◆ 불임이란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했음에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 또는 임신은 잘 되는데 반복적으로 유산이 되는 상태를 말한다. 하이미즈한의원의 박영철 원장은 "정상적인 부부는 결혼 후 6개월 이내에 85~90%, 2년 이상 경과 시엔 95%가 임신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결혼한 지 1년이 지나도록 임신이 되지 않거나, 아기를 낳은 뒤로 2년 이상 임신을 못하는 경우 전문의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 불임인구는 20~40대 결혼 가정의 약 10~15%로 보고되고 있다. 불임의 원인은 다양하다. 남성과 여성 요인이 각각 35%, 부부 모두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 15%, 그 외 15%는 원인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다. 리즈 산부인과의 백은정 원장은 "불임은 배우자 한 사람이 아닌 부부 공동의 문제이므로 부부가 함께 검사를 받고 불임의 정확한 원인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한방에서의 불임 원인과 치료법불임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기질적 이상과 기능성 이상이다. 기질적 이상은 정자생성의 장애, 정자의 운동성 이상과 정자수 부족, 정자괴사증, 무배란증, 난관폐색 등 임신과정에 이상이 생겨 불임을 유발하는 원인들이 해당된다. 남성에겐 신장의 정기를 보충해주고 오장육부를 튼튼히 해 건강한 정자를 생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탕약요법을 쓴다. 여성에겐 증상과 체질에 따라 치료를 달리하며 뜸과 탕약을 주로 사용한다. 기능성 이상은 특별한 원인이 없는데도 아기를 갖지 못하는 경우다.
하이키한의원 미즈클리닉의 박 원장은 "내원하는 불임환자의 60% 이상이 배란과 수정보다는 착상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자궁 내의 자율적인 질서가 균형을 잃어 불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별히 기질적 이상이 없는데도 계속 임신에 실패할 때 착상을 방해하는 요인이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 원장은 "난막강화요법은 난소기능과 자궁내막을 강화해 착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난막강화요법은 궁소보태탕(당귀, 음양곽 등 20여종의 생약으로 구성)과 자하거(태반) 요법을 병행한 것으로 자궁을 튼튼하게한다. 근육운동을 병행하면 성호르몬 분비로 자궁의 기능 회복과 강화에 도움이 된다.
◆ 양방에서의 불임 검사와 시술법 불임치료의 첫 출발은 정확한 진단이다. 남성의 정액검사, 여성의 호르몬검사,배란검사, 자궁나팔관조영술, 복강경검사 등 불임원인을 찾기 위한 다양한 검사가 이뤄진다. 난관이 막혔거나 좁아진 경우, 배란에 문제가 있을 경우 치료를 통해 자연 임신이 가능하다. 자궁경부에 이상이 있거나 정자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인공수정을 하게 된다. 아내의 배란기에 맞춰 남편의 정액을 자궁 내에 넣어줘 임신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인공수정은 3~5회 정도 시도한다. 이러한 방법으로도 임신이 되지 않으면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하게 된다. 여성 배란주기에 맞춰 배란유도제를 투입한 후 가능한 한 여러개의 난자를 채취해 남편의 정자와 수정시킨다. 이후 수정란을 3일 정도 배양한 뒤 건강한 배아를 자궁 속에 넣어준다. 이 과정이 한달 정도 걸린다. 한번 시험관 아기 시술에 실패하면 2~3개월은 쉬어야 한다.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불임 예방 하려면… "인생의 실패자가 된 기분이다" "아이들 얘기가 나올까봐 친구나 가족 모임에 나가기가 싫다" "이번에도 인공수정이 실패하면 어떻게 하나 불안하다" 어떠한 원인에 의한 것이든 불임이라는 진단을 받은 부부 대부분은 낙심을 하고 심리적으로 큰 고통을 겪는다. 특히 인공수정, 시험관 아기 등 불임 시술을 받은 부부는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 전까지 극도로 예민해진다. 리즈 산부인과의 백은정 원장은 "모든 병의 치료와 마찬가지로 불임 치료에도 긍정적인 생각과 인내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불안감, 스트레스 등이 생체 리듬에 나쁜 영향을 미쳐 임신을 더 어렵게 하는 악순환이 되기 때문이다. 우선 불임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 어떠한 치료를 어느 정도의 기간으로 시행할지 계획을 세우려면 전문의와 충분한 상 담과 유대관계를 갖는다. 치료 및 시술의 진행과정에서 배란 유도, 난자채취 등의 시술을 시행하게 되는데, 이 때 거부감이 나 겁을 먹고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임한다. 시술에 실패할 경우 쉽게 좌절하거나 자책하는 것은 금물. 불임치료는 길고 지루한 과정이므로 부부의 지속적인 노력과 애정, 상호간의 이해심이 필요하다.
불임을 예방하기 위해선 아랫배를 늘 따뜻하게 한다. 몸이 냉한 여성은 찬바닥에 앉거나 찬 음료를 피한다. 음식은 잡곡밥, 제철음식, 채식 위주로 하고 육류보다는 생선류를 선택한다. 비만이 불임의 한 원인이므로 적정 체중을 유지한다. 척추가 비뚤어지면 뇌하수체의 기능도 떨어져 호르몬 분비나 난소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바른 자세를 갖는 것 도 중요하다.